2017년 11월 통권 90호

BOOK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The Lost Honour of Katharina Blum)
원제: The Lost Honor of Katharina Blum: Or: How Violence Develops and Where It Can Lead
저자: 하인리히 뵐
출판: Penguin Books (2009)

르몽드가 선정한 20세기 100대 소설 중 하나인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The Lost Honour of Katharina Blum)>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폭력의 발생과 그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저널리즘 산문체로 쓰인 이 소설은 담담한 어조로 소박한 카타리나 블룸이 어쩌다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었는지 조사하며 닷새간 그녀의 행적을 재구성하여 이를 보고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소설은 한 기자의 시점에서 서술되었는데, 경찰심문의 경찰의 심문 조서와 검사, 변호사, 증인 블로나 등 여러 참고인의 진술을 토대로 합니다.

독자는 사건의 보고서를 읽으며 살인의 동기와 배경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현실의 처참한 이면을 하나씩 발견해 가는 경험을 공유하게 됩니다. 카타리나는 루딕 고튼을 만난 지 나흘후에, 토르게스를 죽이고 난 후 스스로 체포되어 자백합니다. 이 소설은 이러한 ‘살인사건’자체에 중심을 두기보다는 소위 정치적인 살인을 어떻게 소신 있는 행동으로 둔갑시키는지 그 동기와 의미에 대해서 탐구합니다. 카타리나 블룸은 그녀를 테러하려고 했던 경찰들에 의해, 그리고 그녀를 정치적인 공산주의자로 만들려고 했던 황색언론에 의해 명예가 실추된 피해자로 묘사됩니다. 그녀가 그녀를 파멸에 빠뜨린 장본인인 토르게스에게 총살을 겨눌 때, 누군가는 카트리나가 기자를 향해 총을 쏜 것이 아니라 언론의 자유를 향해 쏜 것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어떤 민주주의 사회도 언론의 자유 없이는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기자들은 공정하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아야하고 저널리즘은 선전포고의 용도로 악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카타리나 블룸의 이야기는 단순히 황색언론의 가십거리가 아닙니다. 이 소설은 언론이 카타리나를 근거 없이 공산주의자로 몰아가는 과정을 통해,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쉽게 허위사실과 프로파간다로 가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는 언론의 자유가 단순히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에서 나아가, 정직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 소설은 소위 말하는 찌라시 언론의 힘과 권력,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믿는 것보다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는지 보여줍니다. 평범한 여성이 미디어의 타겟이 되어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말이나 글 역시도 무서운 도구이며 이 역시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가 오래전에 출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많은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자유언론이 때로는 검열된 언론보다 개인들에게 더 치명적일 수도 있음을 시사합니다.

MOVIE

겟아웃 (Get Out)
감독: 조던 필레
출연: 다니엘 칼루야, 엘리슨 윌리암스, 브래들리 휘트포드, 캐서린 키너 외

“나는 꿈이 있습니다. 내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닌 인격으로 평가 받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이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워싱턴 대행진 연설 중 일부입니다. 마틴 루터 킹은 미국의 침례교 목사로 흑인 인권 운동과 노동 운동을 펼친 인권 운동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경찰들의 흑인에 대한 가혹한 행위와 차별을 보아 왔는데, 이는 그가 흑인 인권 운동가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틴은 1956년 미국 연방 최고 재판소로부터 버스 내 인종분리법의 위헌 판결을 얻었고 1964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여전히 피부색에 대한 갈등이 잔존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경찰들이 비무장 흑인을 사살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이는 결국 ‘흑백갈등’이라는 미국의 깊게 자리한 갈등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영화 ‘겟아웃’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하겠습니다. 겟아웃이 다른 영화보다 특별한 점, 흑인들의 피해의식과 방어심리, 백인의 이기심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해보면,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친구 집에 초대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당신은 흑인이라는 신체적 이점 때문에 선택되었고, 흑인의 몸과 백인의 두뇌라면, 최고의 존재가 될 것이다.” 이는 로즈(여주인공)의 할아버지가 크리스에게 ‘코아귤라 이론’에 입각하여 크리스(주인공)가 여기에 초대된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코아귤라 이론은 감독에 의하면 인종마다 좋은 장점을 통합하여 진보된 인류가 되려 한다는 영화상의 이론입니다. 이론에 입각하여 보면, 두뇌는 백인이, 신체는 흑인이 가장 우월하다는 편견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영화 ‘겟아웃’이 여타의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영화들과 다른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흑인의 신체적 우월성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영화의 장면 중, 크리스의 몸을 부러운 듯이 만지는 장면과 그의 신체적 기능의 우월성에 대해 묻는 장면 등을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흑인의 신체적 우월함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하나의 상품처럼 대한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신체적 우수성만을 인정받기보다 그들의 인종적 정체성에 대한 보편적 인정이 더욱 더 절실합니다. 이는 여전히 미국 내에서 흑인에 대한 인권이 여전히 나아가야 할 길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 곳곳에는 흑인들이 피해의식과 방어심리가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크리스가 여자친구 부모님에게 자신이 흑인이라는 것을 미리 얘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모님 뵙기를 꺼려하는 모습, 모임에 온 손님들이 모두 백인이라는 이유로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모습, 흑인 손님이 오자 “동족이 있어서 맘이 편해지네요.”라고 말하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그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차별적인 시선과 행동들을 겪어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능력이나 성품이 아닌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갖게 된 피부색에 의해 먼저 판단되어 왔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 아닌 겉모습에 의해서만 판단된다면, 얼마나 속상할까요. 더 나아가 단지 흑인에게만 적용되는 색안경이 아닙니다. 우리도 국가의 경제적 위상 또는 역사에 따라 인종에 대한 차별적 시선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배경적 꺼풀들을 벗고 대한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극중 백인들의 여전한 이기적 욕망이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이기적 행동의 근본인 ‘백인우월주의’는 사전적으로 백인이 다른 인종보다 선천적으로 우월함을 타고났다는 인종관념입니다. 이는 자민족중심주의와 헤게모니에 대한 욕망에 근거하며, 많은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에 자리 잡고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이민자들의 고난과 좌절, 새로운 땅에 대한 희망을 연상시킵니다. 파리에서 제작된 여신상은 프랑스가 억압적인 전제정치에서 벗어나 신생 공화국에서 안식을 찾은 것처럼, 이민자들은 모국에서의 가난과 모멸을 벗어 던지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기약하였습니다. 또한 여신상은 억압받던 노예에게 쇠사슬을 풀어 헤친 해방의 상징으로 해석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전달하는 미국의 대표 여신상이 지어진 지 10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념의 실행력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이와 같이 영화 겟아웃은 미국 내의 인권의 위치와 나아가 나 자신을 성찰하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마틴의 꿈처럼 보편적 인권이 증진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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